2013. 7. 29. 16:16
ㅣ자녀교육 ㅣ
자녀교육, 사춘기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모든 것은 '반성;에서 시작됐다. 신문기자로, 대학원생으로, 앞만 보며 달려가던 어느 날, 문득 멈춰 스스로를 바라보니, 자식에게 지나치게 무심한 가장이 되어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국내외명문가들을 취재하며 그들의 자녀교육법을 잇달아 책으로 엮어나갔다.
그렇게 자녀교육전문가가 됐고. 그는 어느덧 '아이와 대화가 통하는'아버지가 됐다. '성찰'이야말로, 최고의 성공 비결이다.
자녀교육 사춘기, 49%의 살가움과 51%의 엄격함으로 |
그의 글은 생생하고 꼼꼼하며 담담하다. '발'로 쓰기 때문이다. 현장취재가 뒷받침된 글은 그렇지 않은 글이 비해 선명도와 밀도가 당연히 높다. 온도도 확실히 다르다. 밀착된 취재를 토대로 '지금 여기'를 보여주는 글은 뜨거운 훈계나 과도한 설득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 땅의 서툰 부모들에게 자녀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 자신도 그중 한 사람이기에., 그의 작업은 좀처럼 쉼표에 이르지 못한다. "명문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쓰기 시작했어요.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수백 년을 이어오는 명문가들이 자녀교육을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별로 좋은 아빠가 아니었어요.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내리 밟았거든요. 아이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어느 날 죽비처럼 어깨를 내리쳤어요.
조선시대 명문가와 세계 명문가, 현대 명문가의 자취를 차례로 쫓으면서 자녀교육에 비로소 눈을 떴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가 만난 명문가들의 자녀교육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아이의 시야를 넓혀주고 삶의 방향을 그때그때 짚어주는 것이 명문가 아버지들의 공통된 역할이었던 것.그런 면에서 그는 '친구 같은 아빠'를 역할모델로 삼는 요즘의 아버지들에게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면 아이가 싫어하는 일들도 경험해볼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친밀함을 넘어서는 단호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살가움이 49%라면 엄격함이 51%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2%가 뒤바뀌지 않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죠.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는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무렵부터에요. 그즈음 아이들은 엄마와의 분리불안에서 벗어나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해요. 중학생이 되면 엄마의 통제범위를 완전히 벗어나고요. 됨됨이를 가르치는 자녀교육이 가장 필요해지는 시기가 그때인데, 수많은 부모들이 이때부턴 정작 공부만 할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죠. 아이를 건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늦더라도 아버지가 꼭 나서야 해요."
욕망을 걷어내고 원칙을 공유하면 |
'삶의 원칙'을 공유한다는 것도 그가 말하는 명문가들의 공통점이다. 지켜야 할 삶의 가치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나눠 갖는 일. 그것이 별도의 시간을 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령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누는 일상의 대화를 들으며 아이들은 부모의 가치관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 나간다. 결국 강한 신념과 바른 태도를 가진 부모가 자녀교육을 잘할 수 밖에 없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만큼이나 베갯머리 교육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자기 전에 아이의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거나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정서는 놀라울 만큼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뒤틀린 욕망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것이 자녀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소위 말하는 강남엄마들의 교육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타자의 욕망을 따르는 것이지 내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면으로 응시할 줄 알아야 자녀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어요." 그는 하나뿐인 아들과 방학마다 도보여행을 떠난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일 때 시작해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 벌써 열 번의 걷기 여행을 함께 해왔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그 길에서 나눴다. 합천의 고향마을을 지날 땐 돌아가신 지 오래된 (아이의) 할아버지에 대해, 광조 5.18 모역을 지날 땐 아이가 미처 몰랐던 현대사의 아픔을 대해 이야기해줬다. 해남과 보길도를 지날 땐 윤선도 생애를, 강진 땅을 걸을 땐 정약용의 업적을 들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평소 쌓아둔 인문학적 지식이 자식과의 공감대 형성에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도 그 길에서 재발견했다. 우리 땅 곳곳을 함께 걸으면서 서로에 대한 착각을 걷어내고 이해와 공감을 넓혀갔다. 그는 지금 믿고 있다. 우리 땅 곳곳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지켜본 아들에게 세상은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움'의 이름일 거라고.
"부모가 아이에게 꿈을 찾으라고 강요하는 건 잘못된 거라고 봐요.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일종의 변수거든요. 찾아야 할 건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것 같아요. 의사나 변호사, 가수처럼 특정 집얼 꿈꾸는 게 아니라, 헌신이나 변화 혹은 창의처럼 자산이 일관되게 추구하고 싶은 가치를 꿈으로 두는 거에요. 가령 헌신이 꿈이라면, 헌신하는 기자로도 살아보고 헌신하는 농부로도 살아보는 거죠. 그런 식으로 꿈을 범주화시키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질 거에요." 꿈을 꿀 수 있는 건 비단 자녀만이 아니다. 가치라는 상수로 꿈을 꾸는 일. 뭐든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문득 가슴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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