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30. 19:22
ㅣ섬여행ㅣ
섬은 동경, 그리움이죠. 공중에 떠돌던 아련함이 굳어져 물 위에 바다가 되고, 섬이 돼요. 먼 바다 위 외로이 떠서 망망히 떠도는 그리움들을 손짓해 불러 모으는 섬들이 있어요. 뜨거운 여름은 하늘과 바다가 빚어낸 푸름이 가장 짙어지는 계절. 그 푸름의 진액을 잔뜩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섬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제주 비양도 천혜의 물빛 |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빛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제주 비양도 앞바다를 이야기하겠죠. 협재와 금릉 해수욕장에서 비양도를 바라보고 섰을 때의 그 바다색은 열대 휴양지들이 부럽지 않답니다.비양도 관광은 섬의 정상인 비양봉을 오르는 것과 해안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것 두 가지예요. 정겨운 마을 고샅(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면 오름 꼭대기로 향하는 나무 계단길이 보여요. 한 걸음 두 걸음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야도 함께 넓어지게 되죠. 오름 능선은 짙푸른 억새로 가득해요. 해발 114m의 비양봉 정상에는 작고 허름한 새하얀 등대가 서 있어요. 등대를 등지고 한라산을 찾아 시선을 돌리면 제주 본섬이 파노라마로 펼쳐지죠.
섬을 빙 둘러 해안길이 나 있어요. 커다란 코끼리를 닮은 멋들어진 갯바위를 만나고, 숭숭 뚫린 돌담 사이로 비양도의 푸른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길이에요. 아기를 업은 임신부가 남편을 기다리다 굶주렸다는 전설의 ‘애기업은돌’을 지나면 ‘펄낭’이라는 커다란 염습지를 만날 수 있답니다. 바닷물이 현무암의 구멍을 뚫고 땅 밑으로 스며들어와 형성된 곳이죠.
울릉도 태하등대 가는 길 |
동해의 쪽빛 바다에 한 점 보석처럼 떠 있는 울릉도는 울창한 원시림과 화산이 빚은 독특한 기암괴석 등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섬이에요. 섬의 맨 서쪽에 태하마을이 있는데요. 이 마을에는 인주의 재료로 쓰이는 붉은 흙이 나오는 황토굴이 있고, 울릉군 전 주민이 신성시하는 성하신당이 있어요. 성하신당에서 등대까지는 1.5km. 왕복 1시간가량 걸려요. 성하신당에서 시작해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급경사의 비탈길이 나와요. 한여름 뙤약볕에 숨이 턱턱 막혀오지만 곧 숲길을 만나 땀을 식힐 수 있죠. 길은 다시 깎아지른 벼랑가로 나갔다가 시누대 터널을 지나고, 또 아름드리 동백과 후박나무로 뒤덮인 짙은 초록의 숲을 지나요. 길의 끝 마침내 태하등대를 만날 수 있어요. 등대 마당을 지나 벼랑 위에 오르면 울릉도 최고의 풍경이라 할 대풍감(待風坎)의 장쾌한 모습을 만날 수 있죠. 멀리 현포항과 송곳봉, 바다 위의 코끼리바위 등이 펼쳐 놓은 기암괴석의 풍경. 비췻빛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이 파노라마에 등대까지 오르며 흘렸던 땀의 수고로움이 말끔히 사라져요.
사랑의 섬, 목포 외달도 |
목포의 외달도는 ‘사랑의 섬’이라는 멋진 별칭을 지니고 있어요. 동해 못지않은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닷물을 품고 있는 섬은 한 바퀴 도는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아요. 섬의 좁은 오솔길이 정감 있고, 정성 들여 가꾼 꽃밭이 사랑스러워요. 특히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 섬을 바라보며 맞는 아름다운 노을은 이 섬을 찾은 연인들에게 로맨틱한 기운을 한층 불어넣어요. 외달도에는 썰물에도 상관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해수풀장이 있어요. 선착장 인근의 해수풀장의 규모는 2,600㎡. 수영장 앞에는 솔숲과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답니다. 썰물이 되면 해수풀장 바로 앞의 작은 백사장은 갯벌 체험장이 돼요.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와 고동 등을 주우며 여름 추억을 하나둘씩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섬의 백사장에 서면 이 섬에 딸린 앙증맞은 별섬이 눈을 사로잡아요. 다도해 다른 섬들을 배경으로 작은 섬은 초록의 투구를 뒤집어썼고, 그 숲 위로 비죽 솟은 두 그루의 나무가 섬의 풍경에 눈맛을 더한답니다.
신안 자은 · 암태 · 팔금 · 안좌도 |
신안군의 섬 무리 중 그 한가운데 자리한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 이 네 섬은 다리와 다리로 서로 연결돼 있어요. 이들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섬이 자은도에요. 섬의 서쪽엔 하얗고 고운 모래의 큰 해수욕장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섬의 동쪽엔 세발낙지와 짱뚱어, 칠게가 꿈틀대는 찰진 뻘이 가득해요. 모래 바다와 뻘 바다를 구분 짓는 곳이 섬의 가장 북쪽에 있는 둔장마을이에요. 자은도에서 가장 잘 운영되는 체험마을이죠. 이곳의 둔장해수욕장을 필두로 신돌·외기·내치·양산·분계·신성·면전·백길해수욕장이 잇달아 바다를 덮고 있답니다. 분계해수욕장엔 아름드리 소나무가 줄지어 선 솔숲이 인상적이에요. 바닷가의 해송이야 흔하디 흔하지만 분계해수욕장의 소나무들은 그 둥치 굵기나 모양새가 남다르죠. 자은도 맨 아래에 있는 백길해수욕장은 눈부신 하얀 백사장으로 유명해요. 규사 성분이 강해 백사장은 희고 단단하답니다.
천상의 풍경, 통영 소매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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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시가지를 둘러싼 섬들을 헤치고 나가면 그 섬무리의 끝자락에서 아름다운 섬 소매물도를 만날 수 있어요. 쪽빛의 바다와 하늘을 잇는 기암절벽 위에 햇빛보다 눈부신 새하얀 등대 외로이 서서 망망히 떠도는 그리움들을 손짓해 불러 모으는 외딴 섬이에요. 선착장에서 내려 소매물도 정상까지 오솔길을 타고 40분이면 오를 수 있죠. 정상 이래 봤자 높이는 120m. 산꼭대기에 서면 가까이는 대매물도가, 멀리는 한산도 등 통영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와요. 산 능선을 따라 남으로 등대섬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천상의 풍경이 시시각각 펼쳐진답니다. 물에서 수직으로 솟은 기암괴석에 입이 벌어지고, 수십 길 낭떠러지에 부딪치는 파도에 아찔한 쾌감이 밀려오죠. 등대섬은 소매물도와 밀물과 썰물이 부리는 요술로 하루에 두 번 이어져요. 때를 맞춰 들어가면 반질반질한 몽돌이 놓인 50m 바닷길을 따라 등대섬에 들어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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