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문학가, 장석남 시인과 함께한 특별한 만남

｜장석남 시인 인터뷰｜

하얀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따뜻한 봄 날, 저희 프론티어기자단은 2012 여름편 광화문글판의 주인공이자, 제 7기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 자문위원이 되신 장석남 시인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어요.

장석남 시인은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맨발로 걷기>로 등단했습니다. 7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대한민국 시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로 권위 있는 「김수영문학상」11회 (1992년)을 비롯, 「현대문학상」,「미당문학상」,「김달진문학상」등을 수상한 대한민국의 대표시인이에요.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이 가득 묻어난 시로 대중의 사랑을 널리 받고 있는 장석남 시인은 시인계 꽃미남이라 불리기도 한다네요. 그런 장석남 시인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을 하니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장석남 시인은 제가 평소 너무나 존경하는 분으로, 저희 학교 강단에 서는 교수님이기도 하신데요, 덕분에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셨답니다. 수업을 듣던 학생이 아닌 기자단의 신분으로 교수님 앞에 서서 인터뷰를 진행하려니 감회가 새로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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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인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학교 연구실을 찾았는데요, 문을 열자마자 따뜻하게 웃으며 맞아주셔서 저희 얼굴에도 저절로 함박웃음이 피었답니다. 연구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빼곡한 책장과 엄청나게 많은 책을 볼 수 있었어요. 저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감수성뿐만 아니라 통찰력과 관찰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요즘 독서량을 늘리려고 노력 중인데요, 장석남 시인의의 책장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답니다. 

장석남 시인께서 다과를 내어주셔서, 향긋한 차와 맛있는 과자를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진행됐어요. 장석남 선생님과 프론티어 기자단의 인터뷰는 프론티어 기자단이 묻고 장석남 시인께서 답하는 Q&A 형식으로 진행 되었는데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장석남 시인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Q : 광화문글판 여름편이 2012년 8월 말까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천안, 부산, 제주 등 전국 다섯 곳에 걸렸는데요, 길을 지나가다 자신의 시가 크게 걸린 것을 바라볼 때 느낌이나 소감이 어떠셨나요?

A : (2012년 여름 광화문글판이)2번 째 실린 거였나? 몇 년 전에도 한 번 실린 적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설레는 일이죠. ‘광화문’이라는 게 그야 말로로 우리나라의 중심이자 가장 큰 한복판인데, 그곳에 내 이름과 내 시구가 걸린다는 일은 보통 설레는 일이 아니었죠. 그래서 사실, 처음 글판이 실렸을 때는 가보기도 했어요. 

일부로, 세속적으로는 출세도 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사람들은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들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죠. 또 광화문글판이란 것이 일종의 광고 비용으로 한다면 어마어마한 공익적 사업의 하나일 텐데, 그것을 시, 문학의 한 부분으로 할애했다는 그 정신이 새삼 대단한 일이라 생각해요. 삭막할 것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시심을 엿본다는 것, 그것도 내 시의 한 구절이 껴들어 갔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죠.

Q : 장석남 시인의 시를 택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A : 글쎄요? 그 이유까지 제가 생각 본 적은 없지만, 뭐 막연하게 짐작을 하자면……. 그곳이 정치의 거리잖아요? 정부청사 근처이기도 하고,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한 나라의 고관들이 자나 다니는 그런 거리의 중심이라는 점? 

어느 개인에게나 시대에나 사람들은 유산이라는 것을 남기는데, 어떤 가치를 남길 것이냐, 유형의 것을 남길 것이냐를 생각을 해볼 때, 아마 그 시의 의미처럼 어떤 가치관을 남기고 싶다. 혹은 가치관 남기자라는 그런 미묘한 시대상황과 연결되지 않았을까, 라고 짐작되지 싶어요. 내가 뭐 너무 아전인수로 크게 해석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허허허.

Q : ‘나의 유산은’이란 시를 쓰시게 되신 동기는 무엇이신가요?

A : 그것은 늘 생각하는 바예요. 도대체 유산이라는 걸 뭘 남겨줘야 하지? 우리가 배운 바로는 돈을 남기는 건 아니다, 라고 하지만 흔히들 그것(돈)을 남기죠? 전 시냇물이나 강같이 물 흐르는 곳을 좋아하는데, 있는 듯 없는 듯 놓인 징검돌들을 보고 저거 좋다! 라고 생각했죠.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유산으로 삼는다면 좋겠구나. 굳이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러나 알고 보면 긴요한 것. 뭐……. (시 '나의 유산은'의) 구체적인 무대라면 어디, 봉평의 이효석 마을의 시냇가일 텐데……. 아마 그 이미지가 가장 강할 것 같아요.

Q : 이번 제7기 문안선정위원회 자문위원에 선정되신 소감이?

A :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러나 뭐 제 의견 하나로만 선정되는 것이 아니니까 저는 뭐 조그마한 의견을 보태는 것이니까요……. 허허허.

Q : 장석남 시인이 생각하시는 서정은 무엇이며, 장석남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지?

A : 너무 어렵죠. 굳이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야, 나에게 시는 뭐랄까……. 인생 전부죠. 시를 가르치기도 하고, 현재 시인으로서 삶을 살고 있고. 시라는 게 어떻게 보면 신적인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어법이죠.

Q : 장석남 시인에게 교보란 어떤 이미지인가요?

A :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내 친구들의 모든 약속 장소는 무조건 교보문고인데, 늘 뭔가 설레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곳이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라고 해도 아무 지루함 없이 있을 것 같은 자유로운 곳? 

농담하자면, 요즘은 다들 바빠 친구들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시집 코너에서 보자고 약속하면 거기서 그런 농담들을 하죠. ‘너, 내 책 뒤집어 놓고 온 거 아니야? 라고도 하고, ‘너 내 책 몰래 숨겨놓고 왔지?’ 라고 서로 농담을 건네며 웃고 하는, 뭐 그런 행복한 공간이죠

Q : 장석남 시인의 최종 목표나 꿈, 이상은?

A : 징검다리를 유산으로 남기는 것! 진짜 꿈은 말년을 생각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긴 한데……. 시쳇말로 시골에서 거름이나 내다 죽을 것이야, 욕심 없이. 뭐 내 제자들이 자식들 낳아 데리고 오면 즐거울 거고요. 뭔가 특별한 것은 없어요.

Q : 장석남 시인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A : 스포츠에 빠진 적은 처음인데, 최근에는 탁구를 하고 있죠. 비용도 안 들고, 파트너만 있으면 되고 또, 소리가 좋고. 무궁한 경우의 수가 미묘한 것이 좋아요. 탁구를 하다 보면 생각도 없어지고요.

프론티어 기자단 : 그럼 최근 취미가 탁구라면, 주로 평상시에는 뭘 하시나요?

A : 시간이 있어야 말이죠. 시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니까 양평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그래요.

프론티어 기자단 :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를 의미하나요?

A : 절 뒤 곁이 좋아요. 인간의 시간을 느낄 수 있고, 터 자체가 아늑하고요. 절로 가는 길은 다 좋아요, 강제성이 없어서 좋죠. 108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찌 되었든 108배를 하며 108번의 생각들을 해야 하니까요.

Q : 시인을 꿈꾸는 모든 예비시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위 질문과 비슷하겠네요. 대상화시키지 않고, 그냥 혼자 108배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욕심을 버리라는 게 말만 되지 다들 잘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괴로움의 원인인 욕심을 줄이고, 대신 연민을 가져보는 거죠. 

인간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은 다들 있으니까……. 짐승도 목마르면 물을 갖다 주고, 이웃이나 친구가 힘들어한다면 조그만 위로를 건네보는 거죠. 조금씩 노력을 한다면 거리란 게 조금은 사라진다는 거죠, 그게 정답이에요. 아무것도 아닌 방법이지만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죽는다는 것에 대한 슬픔에서 연민이 시작하는 것이니까?

장석남 시인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장석남 시인의 또 다른 취미는 도장을 파는 것인데요, 장석남 시인께서 직접 파신 도장을 찍어둔 것이라며 프론티어 기자단에게 예쁜 엽서도 선물해주셨답니다. 장석남 시인께서 말씀하신 이야기 중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광화문글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요즘에는 지하철을 타도 책을 읽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요. 다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하죠. 어린 친구들은 문학을 성적을 위한 수단으로 '분석'을 하고, 어른들은 여가를 즐길 때 독서보다 텔레비전 시청을 더 좋아하고요. 몇 년 전, 부산의 동보서적이 폐업 했다는 소식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어요. 부산의 동보서적은 서면을 대표하는 명물이었는데 말이죠. 서점이 망한다는 것은 곧 우리들의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문학이 점점 입지를 잃어가는 상황을 바라보면 문학의 명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면서도 막막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 와중에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을 바라보면 삭막한 대 도심의 한복판을 밝혀주는 등불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돈이나 자원은 언젠간 고갈되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길가에 걸린 아름다운 문구 한 마디를 읽고, "아, 좋은 글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잠시라도 살짝 미소를 짓게 하는 것. 그건 물질적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광화문글판이 한결같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를 살며시 빌어보면서, 장석남 시인의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릴게요! 

지금까지 프론티어 기자단 홍지혜, 홍아영이었습니다.

나의 유산은

장석남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장마 큰물이 덮었다가 이내 지쳐서는 다시 내보여주는,

은근히 세운 무릎 상부같이 드러나는

검은 징검돌 같은 걸로 하고 싶어

지금은,

불어난 물길을 먹먹히 바라보듯

섭섭함의 시간이지만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꽃처럼 옮겨가는 목숨들의

발밑의 묵묵한 목숨

과도한 성냄이나 기쁨이 마셨더라도

이내 일고여덟 형제들 새까만 정수리처럼 솟아나와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징검돌의 은은한 부동(不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