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12. 16:08
✅ 에디터 PICK! 3줄 요약
✅ 이육사 시인 탄생 120주년 기념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전
✅ 이육사 시인과 교보의 오랜 인연, 현재서 다시 이어지다 - 시그림전 개막식 현장
✅ 절정의 시인 이육사! 대표작 스무편, 그림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육사, <청포도> 중에서
시를 통해 독립의 열망을 노래한 민족시인 이육사.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자 순국 80주기를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해 이육사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 속 그의 메시지를 곱씹어보며 더불어 그의 시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바로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전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이육사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가 개막식에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는데요. 교보생명 블로그가 그 뜻깊은 현장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 이육사 시인 X 신용호 창립자의 인연, 현재로 이어지다
지난 6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타운홀에서는 이육사 탄생 120주년 기념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전의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교보생명의 대표이사이자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인 신창재 의장은 물론,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인 이옥비 여사, 친손자인 이승엽 씨, 시그림전에 참가한 화가 등 여러 내외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신창재 의장과 이옥비 여사의 만남이었는데요.
사실 이육사 시인과 교보의 인연은 각별합니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의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은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 어른들의 소개로 이육사 시인을 만났는데요. 독립에 대한 의지와 올곧은 정신에 감명을 받은 대산은 ‘민족자본가’가 되기로 결심, 중국으로 건너가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습니다.
만주로 건너갔을 당시 신용호 선생이 한 사업은 곡물 유통업이었는데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서 간다'는 정신으로 기존 만주의 곡물 유통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시작해 성공을 이뤄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번 돈 중 자기 몫을 모두 독립운동가 지원에 투자했다고 하죠. 그때 대산 신용호 선생의 나이 고작 24살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육사 시인이 대산을 만나 독립운동 자금 지원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는 일화는 많이 알려져 있죠.
게다가 당시로서는 드물게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남은 이익은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광복 이후에는 광복군 등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동포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신용호 선생은 이육사 시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교육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세계 최초의 교육보험을 갖춘 보험사를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지금의 교보생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교보문고를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학교를 가지 못했지만, 책을 통해 성장한 자기 자신처럼 좋은 책으로 국민을 교육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 거죠. 서점 창립 당시 금싸라기 땅에 대중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신용호 선생의 결정은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산 신용호 선생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 보세요!
아주 오래된 과거의 인연이 현재로까지 이어진 모습을 이날 개막식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인사말로 개막식의 시작을 알린 신창재 의장은 “대산 신용호 선생은 일찍이 이육사 시인을 만나 ‘큰 사업가가 되어 헐벗은 동포들을 구제하는 민족자본가가 되길 바란다’는 시인의 말씀에 따라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였고, 이를 계기로 민족을 위한 큰 뜻을 품게 되었다고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뜻은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의 창립으로 이어져 오늘날 우리 문화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시인이 태어난 날로부터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육사 선생의 정신은 이렇듯 여전히 살아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옥비 여사 역시 이육사 선생과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인연을 언급하며 “아버님께서 신용호 선생에게 인재를 키우고 교육사업에 힘쓰라고 하셨다고 들었다"라며 "그래서 항상 대산문화재단과의 만남이 기다려졌고 언젠간 만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나게 되니 너무나 반갑고 앞으로 이어나갈 인연도 기대가 된다”라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 교보생명에 늘 고마운 마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죠.
# 절정의 시인, 이육사
개막식 현장에선 탄생 1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전의 의미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창재 의장은 “이번 시그림전을 열며 시대가 바뀌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시인의 정신을 담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우리의 삶에 질문과 고민을 던지는 예술과 문학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고자 한다”며 “이 시그림전이 이육사 시인을 기리는 의미 있는 자리로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시인의 정신’은 일제강점기라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분노에 함몰되지 않고, 담담하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 이육사 시인의 정신을 이야기하는데요.
실제로 이육사의 시들은 격정적이었던 그의 삶과는 달리, 화려한 상징과 은유를 통해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육사 시인은 1904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는데요. 본래 이름은 ‘이원록’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육사’는 그가 독립운동 혐의로 투옥되었을 당시의 수인번호 264를 따 지은 이름이지요. 그만큼 시인은 독립운동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불태우며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물입니다. 39년 짧은 생에서 무려 17번의 옥살이를 할 정도였죠.
하지만 시에서만큼은 분노를 표출하기보단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아름다운 시어로 노래해 ‘절정의 시인’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 이육사의 정신, 그림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전에서는 이와 같은 이육사 시인의 정신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그림으로 새롭게 태어난 그의 대표작 스무 편의 시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날 개막식은 이번 전시 작업에 참가한 화가들이 신창재 의장, 이옥비 여사와 함께 전시회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화가들은 이육사 시를 읽고 각자가 느낀 바를 어떻게 그림으로 재해석했는지,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윤영혜 화가는 이육사 시인의 시 <꽃>, <일식>, <황혼>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네모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다른 화가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림을 통해 과거(이육사)와 현재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문’을 콘셉트로 잡았다고 합니다.
<광야>, <강 건너간 노래>, <호수>를 그림으로 표현한 윤종구 화가는 초인적인 이육사 시인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마치 광복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알았던 듯 예언자적인 면모를 보였던 이육사 시인을 ‘우주적 존재’로 표현해 전체적인 그림의 콘셉트를 ‘우주’로 잡았습니다.
이육사 시인의 <광야>, <말> 그리고 <소년에게>를 그림으로 그린 박영근 화가는 그림의 포인트를 ‘흰색’으로 잡았습니다. 이육사 시인의 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흰색’은 우리 민족을 뜻하는 색이기도 하죠.
이재훈 화가는 석회, 먹, 목탄 등을 이용한 벽화기법으로 <꽃>, <광인의 태양>, <아편>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광인의 태양>이라는 시가 <폭죽>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재탄생된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겨누고 있는 총을 세로로 세우면 마치 폭죽같아 보여 이러한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진민욱 화가는 <절정>, <차야곡>, <초가>를 비단에 작업하며,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절정>, <반묘>, <해후>를 표현한 김선두 화가의 그림은 강렬한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어느 산 꼭대기에 올라 ‘강철로 된’ 알록달록한 무지개를 바라보는 이를 그린 <절정>은 시를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것 같아 신기하고, 아름답죠.
이 두 화가가 <절정>을 서로 다르게 표현한 작품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중에서
<청포도>, <파초>, <편복>을 그림으로 그린 노충현 화가는 유화를 통해 이육사 시인의 시를 재탄생시켰습니다. 특히나 캔버스에 가득 담긴 청포도는 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청포도>, <노정기>, <춘수삼제>를 표현한 이동환 화가의 그림은 묘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청포도>를 표현한 그림은 독특한 인물 배치와 배경에 아득하게 그려진 포도알들이 어우러져 눈길을 끌고 있죠.
이번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전의 재밌는 점 중 하나는 같은 시를 저마다의 해석을 담아 다르게 표현한 화가들의 그림을 감상하는 건데요. 이육사 시인의 정신을 느낌과 동시에 다른 해석을 느껴보는 재미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전시회 관람 후 SNS에 전시장 사진과 관람후기를 업로드하면 시그림전 *도록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도록엔 이육사 시 세계에 대한 해설과 시인의 시 스무 편이 담겨 있는데요. 이육사 시인을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 전시회를 방문하는 분들께 꼭! 추천드립니다.
*도록: 내용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엮은 목록.
이육사 탄생 120주년 기념 <절정(絶頂), 시인 이육사> 시그림전은 오는 29일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육사 시인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이번 시그림전 관련 소식은 주요 언론 매체에서도 다루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 '광야', '절정', '청포도'... 이육사 대표시 20편, 그림으로 만나다
▶시인의 당부가 교보생명 창립이념으로…대산문화재단, 이육사 기리는 전시회 개최
▶ 이육사 탄생 120주년 기념 시그림전을 광화문 교보에서
▶ 이육사 탄생 120주년... 항일의지 꼿꼿한 시그림전
▶ 이육사 탄생 120년... '광야'와 '절정' [고두현의 아침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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