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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필수 코스 문우당서림, 아빠 책방에서 일하는 딸 이혜인 디렉터

몇 해 전부터 독립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동네 책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 서점 기세에 눌려 사라졌던 동네 책방은 새로운 형태로 다시 찾아와 재밌는 이야기와 공간을 선사한다. 속초에는 37년 동안 꿋꿋하게 동네를 지킨 책방이 있다. 속초 문우당서림, 아빠가 만들고 딸이 꾸미는 동네 책방. 로컬 서점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주고 있는 문우당서림의 이혜인 디렉터를 만났다. 


문우당서림(文友堂書林)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지역 서점. 문우당서림은, 글월 문(文), 벗 우(友), 집 당(堂) 자를 사용하여 책과 사람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책의 숲(書林)이란 뜻이다. 지금까지 이 뜻을 이어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즐기며 시간을 나누는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문우당서림은 어떤 곳인가요?
문우당서림은 1984년 강원도 속초의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동네 책방입니다. 문우당서림 대표이자 저희 아버지인 이민호 대표님께서 20대 중반에 시작해 37년 동안 계속 지켜온 서점이에요. 문우당서림은 원래 현 위치보다 더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전과 확장을 거듭했고 2002년 건물을 지어 이사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현재는 부모님을 도와 오빠와 제가 함께 문우당서림을 운영하고 있어요. 

대형 서점들이 생기고, 인터넷 주문이 발달하면서 동네 책방들이 많이 사라졌는데요. 문우당이 속초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옛날에 서점은 책을 파는 상점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공간’의 의미가 크잖아요. 부모님께서는 문우당을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 아닌 영감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책, 사람, 공간이라는 문우당이 가진 뜻을 잊지 않으셨던 거죠. 
그래서 2002년 서점을 확장하는 결단을 내리고 건물을 지어 지금의 문우당을 만들었어요. 책을 파는 곳이 아닌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요. 서가를 비우고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누구나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 덕분에 속초 지역 학생, 선생님, 어른들의 모임 공간이 되어 크고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이런 시도가 동네 책방과 독립 출판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와 잘 맞아떨어져 더 많이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아버님께서 37년 동안 운영해온 문우당을 아들과 딸이 함께 꾸려가는 게 인상적입니다
문우당은 현재 저희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저까지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해 나아가고 있는데요. 전 초중고를 속초에서 다니고 서울에서 대학과 직장을 다니다, 다시 속초로 돌아온겁니다. 
제 전공이 디자인이라 가끔 부모님께서 문우당 관련 작업을 요청하셔서 야금야금 해드리곤 했는데요. 2018년쯤 또다시 문우당 공간의 리뉴얼 시작됐고, 작업에 원활한 소통이 필요해서 제가 그 역할을 해드리기로 하고 잠시 속초로 왔다가 지금까지 있게 됐네요. 일이 끝이 없기도 했고, 하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부모님과 함께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으세요? 
눈치 볼 사람이 없는 거 장점이고 집에 가도 일의 연장선일 때가 있는 건 단점이에요. (웃음)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제가 하는 일에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으세요. 일할 때도 역시나 제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제가 하고 싶다는 건 다 수용해주시는 편이세요. 그래서 제가 더 잘해야 하죠! 

부모님께도 여쭤보고 싶어요. 자녀와 함께 일하는 게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어머니) 불편한 거 딱 한 가지 있어요. 가족 외식 못 하는 거! 저희가 연중무휴라 가족 모두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요. 
(아버지) 전 전혀 없습니다. 대신 아이들이 아직 젊은데 기회가 적은 소도시에 와 있으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는 게 제일 아쉽죠. 그래도 본인이 즐겁게 일하는 거 보면 좋습니다. 저희보다 더 잘 하잖아요. 저희도 힘이 되고요. 아들과 딸이 요즘 감각으로 잘 만들어 가니까 저희가 따라가려고 무던히 노력해요. 

문우당에 오면 서가에 곳곳에 꽂혀 있는 서림인의 서평과 추천 글귀들을 읽는 재미가 있어요. 이런 콘텐츠가 문우당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처음 온 분들도 공간에 대한 이해가 쉽게 됐으면 했어요. 그래서 왜 이 책을 여기에 분류했는지, 왜 추천하는지 그 이유를 메모해두면 좋겠다 했죠. 책을 분류하고 서가에 꽂는 것도 다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군지부터 알려주는 게 시작이라고 생각해 서림인들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캐릭터 소개와 함께 주관이 담긴 이야기를 담아 메모해두었습니다. 이런 주관적인 메모가 취향에 맞지 않거나 구구절절해 보일 수도 있어요. 그저 문우당서림인들은 이 책을 이렇게 생각한다고 알아주시면 될 거 같아요.

전혀 구구절절해 보이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져요. 서가에 꽂혀 있는 서평, 배려가 느껴지는 안내 문구, 친절한 사장님까지 따뜻함이 묻어나는 공간인 것 같아요. 이런 편안한 온도는 가족이 함께 만들어 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 완전 영향이 크죠! 문우당에는 우리 가족 외에도 20년 넘게 같이 한 분들이 계세요. 저희에겐 가족과 다름없어요. 가족의 마음으로 함께 문우당을 꾸미다 보니 콘텐츠에도 녹아들었겠죠? ^^

문우당에 옆에 생긴 ‘문단’이라는 공간도 독특한데 소개해주세요
문단은 문구점이에요. 제가 문구류를 좋아하기도 하고 속초에 별로 없는 '낯선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창고처럼 쓰이던 문우당 건물 계단실을 활용해서 문구점을 열었죠. 계단이 만든 사선 천장과 건물 복도 마감을 그대로 살린 날 것의 분위기에 아주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구류를 전시하듯 들여놓았더니 꽤 근사하더라고요. 

문우당은 편안한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반대로 낯선 걸 시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문단을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문단이란 뜻은 '문우당 계단'이란 뜻이기도 하고 '문단에 오르다'라고 표현하는 그 문단이기도 해요.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창작하는 사람이 도구를 통해 문단에 오르는 경험이 되길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크고 작은 시도들이 문우당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 같은데요. 문우당이 속초 대표 브랜드라고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속초 대표 브랜드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네 서점으로 시작한 문우당이 지금까지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건 속초 지역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속초 인구가 8만 명인데, 저희 회원이 3만 명 정도 되거든요. 가족끼리는 1개의 포인트 계정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등록된 회원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문우당을 찾고 있습니다. 속초분들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문우당도 없을 거예요.
그리고 2017년쯤 진부하지만 문우당이 가진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했던 고민을 잘 다져서 문우당이 가진 매력과 강점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이런 나름의 노력을 알아봐 주시고, 궁금해 해주시고, 기대해주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거 같아요. 

속초 지역 분들에게 문우당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세요?
‘정거장’이 아닐까 싶어요. 시내로 나가기 전 잠깐 들렀다 가기도 하고, 약속 장소가 되기도 하고, 하교 후 엄마를 기다리는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오며 가며 누구나 들릴 수 있는 정거장 같은 곳이요. 
예전에 수능이 끝나고 인사하러 오신 부모님들도 계셨다고 해요. 학교 끝나고 여기 와서 공부해서 대학 갔다고요. 저희는 그냥 여기 있었을 뿐인데 아이들을 케어한 것처럼 된 거죠. 누가 와도 막지 않고 누구나 올 수 있는 쉬운 공간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문턱이 앉은 서점이었으면 좋겠어요. 

외부 사람들에게는요? 속초 여행객들이 많이 오시는데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간으로 남으면 좋을까요
‘핫플’ 이 되는 건 바라지 않아요. 지역 주민이든 여행객이든 편안해야죠. 낯선 공간을 경험하는 게 여행의 매력이잖아요. 여행으로 문우당에 왔을 때 좋은 낯섦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처음이지만 편한 공간! 

속초 로컬브랜드로서 사명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역 활성화를 위한 목표 같은 게 있을까요? 
오판일 수도 있는데 속초를 꼭 알려야겠다는 그런 마음은 없어요. 속초다운 게 좋은 걸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다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트렌드를 쫓듯이 따라가기보다는 뭘 하나 만들더라도 우리만의 이유로 만들려고 해요. 우리가 사는 속초, 이곳에서 느낀 것들을 표현하고, 필요로 하는 소리를 듣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문우당을 어떤 서점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가요? 
'가고 싶은 곳'이요! 핫플이라서 오는 게 아니라 문우당서림이 가진 가치관을 찾아서 올 수 있도록 문우당만의 공간을 더 견고히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요 더 많이 고민하고 교정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