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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날아온 섬, '제주 비양도' 가을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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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4. 10:00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에는 4개의 동생 섬이 있습니다. 북쪽의 추자도, 동쪽의 우도, 남쪽의 마라도와 가파도, 마지막 서쪽의 비양도입니다. 그중 비양도는 5개 섬 중 가장 늦게 생긴 섬입니다. 제주 협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면 손에 닿을 듯한 작은 섬이지만 여기서 바로 보는 한라산 절경이 기가 막힌 데다가 걷기에도 좋아 트레킹 명소로 이름 높습니다.

 

 

한림항에서 코 앞에 보이는 섬 비양도

비양도는 제주도 서쪽 한림읍 협재 바닷가 건너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비양도에 가려면 한림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됩니다.

 

비양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하루에 4번 운행하며 비양도 주민과 관광객을 실어 나릅니다. 한림항 바로 앞 여객터미널에서 표를 끊고 탈 수 있어요. 신분증이 있어야 배를 탈 수 있으니 꼭 신분증 챙겨가세요. 참, 한림항은 제주 서부지역에서 가장 큰 항구로, 오전 7시에 방문하면 갓 잡은 싱싱한 생선을 구할 수 있습니다. 추자도 인근에서 잡은 조기도 모두 한림항으로 들어온답니다.

 

여객선이 출발하자마자 멀리 비양도가 보입니다. 볼록하게 솟아오른 비양봉이 점점 가까워지면 곧 섬에 도착합니다. 여객선 실내는 좌석과 마루로 된 객실이 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배 밖으로 나가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배 여행을 즐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운행 시간이 15분 정도라서 배 멀미도 걱정 없습니다.

비양도는 기록에 따르면 1000년 전쯤 화산 폭발로 생겼다고 합니다. 1002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 나왔다. 산에 네 구멍이 터지고 붉은 물을 5일 동안 내뿜고 그쳤다’라고 기록이 있죠. 하지만 지질 조사에 따르면 이보다 더 오래 전인 2700년 전쯤으로 나타납니다.  ‘중국에 있는 산 하나가 제주도로 날아오는 것을 본 여인이 ‘산이 날아온다’고 외치자 그 자리에서 떨어져 지금의 비양도가 되었다’는 비양도 탄생 설화처럼 고려 시대 전에 화산 폭발로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닷길을 따라 걷는 비양도 트레킹

드디어 배가 비양도에 도착했습니다. 마을은 아주 작습니다. 50여 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로 주민들 대부분은 어업과 해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선착장 주변에 마을회관과 편의점, 관광객을 위한 식당, 카페, 펜션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이 마을회관 앞에서 비양도 트레킹을 시작하며 되는데요, 오른쪽으로 한바퀴를 돌아오는 방법을 많이 이용합니다.

 

선착장 바로 앞에는 해녀들의 공동 탈의장도 있습니다. 물질을 하기 전 해녀복을 갈아입거나, 끝내고 돌아온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죠. 물질에 필요한 도구들도 이색적인데요, 해녀들이 바다에서 몸을 의지하거나 헤엄쳐 이동할 때 쓰는 부유도구인 태왁,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구물로 된 자루인 망사기도 한편에 보입니다.

 

비양도에서 가장 핫한 카페 ‘망고’입니다. 음료수 외에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며, 자전거도 대여주는 일종의 비양도 투어 카페죠. 비양도는 전체 둘레가 3.4km로 워낙 작은 섬이라서 섬 안에는 이동용 자동차가 없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이동할 수 있죠. 해안길을 따라 한바퀴를 둘러보는 코스는 걸어서 40분가량, 섬 정상인 비양봉까지 올라갔다 오는 코스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트레킹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자전거로 비양도를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카페 망고를 조금 지나면 바로 드라마 ‘봄날’ 촬영지가 나옵니다. 이름도 생소했던 비양도가 외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이 ‘봄날’이라는 드라마 덕분입니다. 이전까지는 어업을 위주로 생활했던 주민들이 관광객이 늘면서 서비스업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방송의 힘이 참 크네요.

 

비양도에는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가 있습니다. 2018년에 6학년 학생 2명이 졸업하고, 4학년 학생이 전학을 간 후로 학생이 없어 휴교 상태입니다. 작고 아담한 학교로 잔디로 된 운동장, 놀이기구, 교실이 4개 있습니다. 교실 안을 둘러볼 수는 없지만 운동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휴교 상태이지만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정겨운 느낌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바닷가 길에 활짝 핀 해국과 손바닥 선인장 백년초가 햇살에 반짝입니다. 구절초와 꼭 닮은 해국은 해안 지역에서 주로 피는 가을 들꽃인데요, 보라색 꽃에 도톰한 잎이 특징입니다. 건강식품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백련초도 제주도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이죠.

 

 

비양도의 명물, 염습지 ‘펄랑못’

비양도에는 다른 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이 있습니다. 바로 밀물 때는 바닷물이 밀려들었다가 썰물 때 담수호가 되는 펄랑못입니다. 이 독특한 염습지에는 황근 해녀콩, 갯질경이, 갯잔디 같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청둥오리 같은 철새는 물론 바다갈매기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펄렁못 주변에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 염습지 생태계를 관찰하면서 산책하기 좋습니다.

 

펄랑못을 지나면 본격적인 해안 절경이 펼쳐집니다. 해안길도 잘 닦여 있어서 트레킹을 하거나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습니다.

 

비양도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암석들입니다. ‘호니토’라고 부르는 이 암석은 기둥처럼 물 위에 서 있습니다. 호니토는 화산 폭발로 분출된 마그마 속 휘발성분이 폭발하면서 화구 주변에 굴뚝처럼 높은 화산체로 비양도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호니토는 ‘아기 업은 바위’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모양으로 신비한 자연의 힘과 예술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끼리 모양을 한 바위도 명물입니다. 바다 속에 코를 박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이 생생하죠? 비양도 해안길은 화산탄 같은 화산 폭발로 인한 다양한 지질 형태를 볼 수 있는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이기도 합니다. 각 지형마다 설치된 안내판을 읽어보면서 걸으면 더 알찬 여행이 될 거예요.

 

 

한림항과 한라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비양봉

비양도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비양봉은 해발 12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봉우리로 오르기가 어렵지 않은 데다가 정상에 예쁜 등대가 있어 많은 분들이 찾는 포인트입니다. 

 

비양봉에 올라가는 길은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비양도를 죽도라고 부를 만큼 대나무가 섬에 많은데, 대나무 터널을 지나 오름을 오르는 색다른 기분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비양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도입니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저 멀리 한라산과 푸른 제주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한림항과 협재 해변도 잘 보이네요.

 

가을 제주도 오름에서 만날 수 있는 억새도 활짝 피었습니다. 동글동글 낮은 오름들과 제주 서쪽 해안 풍경,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와 억새가 어우러진 절경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작은 오름이라도 역시 정상은 다르네요. 바다라서 그런지 높이 차이가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제주만의 매력이겠죠.

 

이렇게 2시간 남짓 비양도 트레킹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 앞에서는 한참 서서 풍광을 즐기기도 하고, 신기한 자연물과 지형 앞에서는 꼼꼼하게 안내판도 읽어보고 검색도 하면서 비양도를 둘러보니 훨씬 알찬 여행이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제주도를 방문하신다면 부속섬들도 꼭 둘러보세요. 본섬인 제주도와는 또 다른 제주 섬 문화와 자연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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