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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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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28. 10:15

지난 3월, 서울에 역사적인 공간이 새로 탄생했습니다. 바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그 주인공인데요, 원래 이 곳은 왕이 거닐던 경운궁(현 덕수궁)이었다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쓰였습니다. 그 이후 국세청 남대문 별관으로 사용되었던 곳이었고요. 국세청 별관을 철거하고 새로 지어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일제에 훼손된 덕수궁의 정기와 대한제국의 숨결을 회복하고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건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함께 가보실까요?

  

#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히스토리

이미지 출처: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경운궁은 인조반정 이후 왕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잊혀진 궁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0년 후, 고종이 아관파천 당시 이곳 환궁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의 전면부에 등장하게 됩니다. 이 곳은 뒷 편의 구 러시아공사관, 구 주한미국대사관(현 미국 대사관저), 구 주한영국공사관(현 주한영국대사관) 등 수많은 외국 공사관들이 밀집한 곳이었기에 대한제국의 고종 입장에서 경운궁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습니다. 대대적인 공사를 통하여 사실상 궁을 새로 짓는 과정을 거쳤지만, 1904년 대화제사건과 일제강점기 동안 건물을 계속 철거하면 경운궁은 영역이 좁아졌습니다. 결국 현재의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영역은 경운궁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1937년 조선총독부는 영친왕 친모의 사당이 있던 이곳에 우편업무를 보던 체신국 청사 건물을 짓습니다. 이후에도 국세청 별관 건물로 사용되다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철거되었습니다. 그리고 철거된 자리에 국내 최초의 도시건축전시관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들어서게 된 것이죠.


# 지하로 떠나는 건축여행,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둘러보기

특이하게도 박물관들과 다르게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전시의 대부분이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실상 전시관의 옥상과 카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전시 공간이 지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런 구조를 띄면서 1926년 완공된 성공회 성당이 제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고, 덕수궁 돌담과도 조화를 이루면서 지하로 떠나는 도시여행과 같은 신비한 느낌도 같이 주게 되었습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파트와 한 개의 특별전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주계단으로 내려가면 제일 먼저 지하 1층에 위치한 첫 전시 <도시를 기록하다>를 만나게 됩니다. 지하 1층은 서울의 과거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라진 서울의 옛 지형, 옛 동네 가옥을 모형과 영상으로 구현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이주 정착지의 주택을 표현한 모델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모델은 1973년 ‘주택계량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발표되기 이전까지 진행되었던 ‘이주 정착지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거여동 일대 이주단지의 모형입니다. 1960년대에도 도심의 무허가 주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1964년 무허가건물정리 5개년 계획이 수립하고, 이주정착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주 정착지는 서울의 경계지역, 변두리 지역이었습니다. 주택 모델을 보면서 서울의 변두리로 내몰린 철거민의 삶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층을 더 내려가면 서울의 현재를 표현하는 지하 2층에 도착합니다. 이 곳에서는 <또, 하나의 서울>이란 제목으로 서울 기반시설의 잠재력에 대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도시혁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통계자료들을 활용해 잘 짜인 자료들이어서 한 장 한 장 다 가져가려고 하였으나 그 양이 너무나 방대하여 집에 다 가져오기는 무리였습니다. 시각적인 전시도 좋지만, 원하는 시민을 위해 단행본으로 제작해서 배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깊은 곳, 지하 3층에는 <건축의 사회적 역할>이란 주제로 도시와 건축의 미래를 사회적인 역할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빈번하는 자연재해에 건축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구호주택과 건축물이 전시되어 있어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호주택은 크게 간이형, 조립형, 그리고 완성형으로 구분됩니다. 간이형은 넓은 피난소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간이 칸막이가 있는 형태, 조립형은 소형 텐트 형식의 구호주택, 완성형은 가설형의 목조주택을 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전시장에는 간이형과 완성형이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웠는데요, 건축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특별전 <비엔나모델-비엔나 공공주거의 과거, 현재, 미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주거공간은 모든 시민 생활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공간인데요, 비엔나는 1920년대 이후 현재까지 시민들에게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비엔나 공공주택의 과거, 현재, 미래를 논하면서 앞으로 공공주택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곳은 본래 옛 조선건물이 있던 곳입니다. 또 1930년대 세워진 체신국 건물이 있던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전시관 지하 3층 한 켠에는 건물의 기초구조물 일부를 보존해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지하 3층에 과거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온전히 현재의 것 혹은 오지 않는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를 통합하여 공존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듯 합니다. 

하루하루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 도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도시의 색다른 매력에 빠질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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