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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의 걸작품, 요세미티 하프돔을 오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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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26. 12:41

|요세미티 하프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산맥에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요세미티는 1백만 년 전 빙하기 침식작용으로 1천 미터가 넘는 화강암 절벽과 U자형 계곡이 형성되었고, 1만년 전 빙하가 녹으면서 현재와 같은 300여 개가 넘는 호수, 폭포, 계곡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요세미티 계곡에 들어서면 입구에 대장바위로 불리는 1천 미터가 넘는 엘캐피탄(El Capitan)이 수문장처럼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 계곡의 가장 안쪽에 빙하기의 기적, 또는 자연이 빚어낸 걸작품으로 불리는 하프돔(Half Dome, 2,693m)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 지역에 살았던 인디언들은 하프돔을 원주민 탄생신화에 나오는 어머니 이름인 티사악(Tis-Sa-ack)으로 불렀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스카프를 두른 여인을 닮았답니다.

 

▲ 요세미티 계곡에서 바라본 하프돔

 

이 자연의 걸작품, 하프돔을 오르는 방법은 2가지. 일반인의 경우 미리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고가 나도 본인책임이라는 문서에 체크하고 등반허가를 받아 철사다리 길로 오르거나, 전문 클라이머인 경우에는 북쪽이나 남쪽 사면에 있는 바윗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등반허가가 필요 없습니다.

 

 

▲ 그라셔 포인트에서 바라본 하프돔

 

지난 해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요세미티 계곡에서 야영(Lower Pine Camp Ground)하며 하프돔 남쪽 사면으로 올라갔습니다. 야영장에서 등반 출발지점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새벽에 3시에일어나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존뮤어 트레일(John Muir Tral, 요세미티에서 휘트니산에 이르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종주는 358km의 산악 트레일)을 따라갔습니다.

 

 

▲ 존뮤어트레일 초입에서 만난 버널폭포

 

▲ 가는 중간에 바라본 풍경

 

 

▲ 로스트 레이크

 

도중에 네바다폭포(Nevada Fall)와 버널폭포(Vernal Fall)를 만나고, 이를 거슬러 올라가 리틀 요세미티 계곡에 이른 뒤 야영장 근처에서 큰 길을 버리고 왼쪽 언덕을 넘어가는 작은 길로 들어섰습니다. (일반 등산객은 존뮤어트레일을 따라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여기부터 하프돔 남면이 보이기 시작하며, 30여분 더 들어가면 곰들이 어슬렁거릴 것 같은 Lost Lake를 만나고, 희미하게 나있는 경사가 급하고 빙하에 깎여 미끄러운 바윗길을 1시간 넘게 올라가면 출발지점에 닿습니다. 여기까지 무거운 암벽장비를 지고 4시간 가까이 오르느라 벌써 지쳤으나 너무나 멋진 경치가 피로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 우리가 올랐던 스네이크 다이크 암벽코스

 

우리가 오를 곳은 Snake Dike라 불리는 코스. 거대한 뱀이 바위를 거슬러 올라 가는 것처럼 구불구불 약간 거칠게 돋아나온 부분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계속 오르다 보니 끊어질 듯 기묘하게 연결된 이 코스 자체가 빙하가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기적이 아닌가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 출발지점. 3그루의 소나무가 이정표가 된다.

 

▲ 등반장면

 

 

▲ 등반장면

 

코스 자체의 난이도는 낮았으나 어느 한 사람이 추락했을 때 이를 안전하게 잡아줄 확보지점을 만들기가 어려워 서로 조심하며 올라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햇빛을 가릴 곳이 전혀 없어 더위, 목마름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높이 자체도 우리나라로 치면 백두산에 근접해 가도가도 끝이 없었습니다.

 

정상의 화강암 바위 평원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경비행기 정도는 내려앉을 수 있는 거대한 화강암 평원이 나타났습니다.

 

 

▲ 정상에서 바라본 요세미티 계곡

 

이곳에선 요세미티 계곡은 물론 시에라네바다 산맥 고원지대인 투얼로미 메도우(Tuolmne Meadow)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 용감한 사람만 찍을 수 있는 포토 포인트

 

저 속에 300여 개의 호수가 숨어있고 그 곳을 따라 존뮤어트레일이 뻗어있을 것을 생각하니 왜 사람들이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로 꼽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 철사다리길. 일반 등산객은 사전에 인터넷으로 허가를 받은 뒤 이를 잡고 오를 수 있다.


하산길은 일반 등산객이 오르는 철사다리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철사다리라고 하지만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워 팔 힘이 많이 들고 생각보다 위험했답니다. 만만하게 보았다간 큰 코 다치기 쉬운 길이었어요. 겨울엔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도록 나무받침대를 제거해 놓는다고 합니다. 국립공원에서 하루 등반인원을 제한하고 책임각서를 받는 것이 이해 되었습니다.

 

 

▲철사다리길 근경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렸습니다. 이제 요세미티 곰들이 먹이 활동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어둠 속이라 내려오는 길에 만난 버널, 네바다 폭포는 소리만 요란하게 귀청을 때렸습니다. 밤 9시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새벽에 출발했던 야영장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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