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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장에서 하는 2017년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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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3. 10:00

정유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의 시작은 희망찬 포부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시작하기 마련인데요. 2017년 새해의 힘찬 에너지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도 아침을 제일 먼저 여는 사람들, 새벽 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왔어요. 



아침을 여는 사람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아침 6시에 대전중앙시장으로 향했어요. 새벽 찬 공기에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는데요. 해가 뜨기 직전,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시장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새벽부터 부지런히 장사 준비를 시작한 상인들이 보였어요. 상점 앞을 쓸고 닦고, 물품을 정리하면서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입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가 별로 없었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한두 점포씩 문을 열고 계시더라고요. 


날씨가 많이 춥다 보니 이날은 두꺼운 외투를 입었는데요. 시장 안은 추운 날씨인지 모를 정도로 딱 적당한 온도였습니다. 아마도 시장 상인 분들의 열정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새벽 시장의 분위기에 취해 구경을 하다보니 고소한 튀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답니다. 


이 새벽에 튀김을 튀기고 있는 튀김집을 발견했어요.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준비를 많이 해 놓으셨더라고요. 튀김이 다 식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초벌로 한 번 튀겨 놓고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 다시 한 번 더 튀겨서 바삭하게 만들어 드린다고 합니다. 시장 주변에는 새벽일을 하는 분들이 많아 이렇게 많이 준비해둬도 점심쯤이면 거의 다 팔린다고 해요. 모든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준비하셨을 상인분들을 생각하니 감동이었습니다.



보람찬 하루

튀김집에서는 호떡도 함께 팔고 있었는데요. 요즘은 호떡을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해요. 튀김 튀기느라 호떡 만드느라 바쁘신 사장님 일손을 제가 거들어 보았어요. 바로 호떡 반죽인데요. 보통 호떡 반죽은 만들어진 걸 사오는 데, 이 집은 직접 가게 안에서 만드신다고 해요. 딱 봐도 쫀득쫀득해 보이지 않나요? 저는 밀가루 반죽을 만져 본 건 집에서 만두피 만들 때가 전부였는데, 호떡 반죽을 새벽 시장에서 만들어보니 저에게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튀김집 사장님의 장사 준비를 도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아침에 일찍 문을 열고 늦게 닫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하셨어요.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세상사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하십니다. 

때론 꼬마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에 돈을 쥐고 튀김 사러 올 때면 가끔 돈을 안 받을 때도 있다고 하셨어요. 많이 먹고 잘 크라는 덕담과 함께 튀김을 싸주시곤 하는데, 사장님 말씀에 보답이라도 하듯 꼬마였던 아이가 나중에 의젓하게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 모습을 볼 때면 많이 뿌듯하다고 합니다.


장사 준비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손님 맞을 준비를 하셨는데요. 일을 도와드리는 내내 먹을 것들을 자꾸 챙겨주셔서 아침을 먹은 듯 배가 불렀습니다. 시장의 정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었던 아침이었어요.


Q. 매일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오전 11시쯤 가게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새벽일을 다니시는 주변 분들이 시장을 지날 때 요기 거리라도 할 수 있도록 가게 문을 일찍 열어주면 안 되냐고 하셔서 그때부터 조금 일찍 가게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분들이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이라도 드시고 가시면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Q. 누구보다 하루를 먼저 시작하고 늦게 마치면서 힘들진 않으세요?

체력적으로 힘들긴 해요. 그래도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맛있게 먹고 돌아가는 손님들을 볼 때면 다음에는 더 맛있게 해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일하러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사는 얘기를 듣는 것도 장사하는 맛이에요.


Q. 2017년 새해 소망은 무엇인가요?

요즘 손님들 얼굴을 보면 낯빛이 많이 어두워요. 저희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조금 쉬었다 가는 시간만큼이라도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손님들의 밝은 미소를 보면 저 또한 행복할 것 같아요. 


어두운 새벽, 누구보다 일찍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불을 밝히는 새벽 시장 상인들을 만나며 나보다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함을 느꼈어요. 2017년 새해에는 어둠 속에서도 불을 밝히고 아침을 기다리는 새벽 시장 상인들처럼 배려와 따뜻함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빌어봅니다.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9기 최명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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