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2. 10:00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길가를 지나다 마주치는 꽃에서, 하루의 끝에 마주한 석양 또는 몇 번을 반복해도 좋은 선율에서, 여러분은 어떠한 감상을 얻으시나요? 예고 없이 찾아와 마음을 진동하게 만들고 사라지는 울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지난 9월 29일, 명강의 BIG 10에서는 광고인 박웅현 씨가 느꼈던 ‘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그날의 울림을 여러분께 나눠드릴게요.
강연은 그가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느꼈던 음악과 영상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박웅현 씨의 저서 <책은 도끼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인데요. 그는 그 비결에 대해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책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시선에서 느낀 감동을 전달해내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박웅현 씨는 가장 먼저 미국의 재즈밴드인 핑크 마티니(Pink Martini)의 ‘스플렌더 인더 그래스(Splendor In The Grass)’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곡을 듣다 보면 간주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클래식이 있습니다.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제 1악장 인데요. 박웅현 씨는 유행을 이겨내고 시간과 싸워 이긴 존재가 바로 고전이며, 세월이 그 곡을 죽이지 못한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니 그것을 감상하며 나만의 이유를 찾아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창의성을 비롯한 여타 자질은 그 울림을 얼마나 잘 느끼는지가 핵심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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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가 사랑하는 클래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백제금동대향로를 활용한 영상을 감상했습니다. 박웅현 씨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강의>를 읽고 이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느꼈고, 이를 클래식과 결합해 고전을 말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덧붙여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들이 결국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있다고 역설했답니다. 무엇이든 자세히 들여다보고, 대상이 가진 본질과 힘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강연자가 직접 제작한 몇 편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비발디의 음악과 첼로 선율을 활용한 것이었는데요.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 광고들의 제작 에피소드를 들으며, 그가 제작한 광고들이 사실은 박웅현 씨가 느꼈던 울림들의 종합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딸과 함께 전시를 볼 때면, 자신만의 감상을 키우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전시실에서 각자가 뽑은 순위를 공유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이어 청중들과의 Q&A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질문과 대답을 몇 가지 정리해드릴게요.
Q. 좋은 광고인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 세 가지는 무엇일까요?
첫째와 둘째, 그리고 셋째까지 모두 감동 받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광고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와 영화인, 방송작가에게까지 모두 해당되는 것입니다. 이 분야들은 모두 감정이입을 해내야 하는 분야입니다. 타인의 아픔과 즐거움을 자신의 것으로 삼켜내는 것이 가장 기초적이며 근원적인 자질이죠.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무 살 여대생부터 50대 가장까지, 모두의 생각을요. 직접 모두가 되어볼 수 없으니, 영화나 소설과 같은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보다’라는 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나요?
저서 <여덟 단어>에서 ‘견(見)’의 가치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것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핵심인데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은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이를 통해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울림을 받을 수 있어야 시를 쓰고, 노래를 하며, 하늘 빛에 풍요로워지는 하루를 가질 수 있겠죠. 찬란한 하루를 위해 필요한 것은 많이 보고, 울림에 진동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Q. 찰나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하시는데, 최근에 행복한 일이 있으셨나요?
지속적으로 매 순간 행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조건에 있든지 스스로 행복하게 존재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대하드라마로 생각하는 과오를 범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계속해서 연결되며 언젠가는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사실 삶은 순간의 합(合)입니다. 매 순간을 온전하게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고, ‘존재’하기 위해서 힘써야 하는 것이죠. 법정스님은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보다 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찬란한 인생을 위해서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찬란한 순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정답을 찾기 보다는 내가 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마음 속 깊은 울림과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울림에 마음이 뛰고, 어떠한 삶의 순간을 기록하셨나요? 강연에서 들었던 노래, 스플렌더 인더 그래스의 한 구절로 마무리를 대신할까 합니다.
Going where the hills are green and the cars are few and far
푸른 언덕이 있고 차는 저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곳
Days are full of splendor and at night you can see the stars
낮에는 찬란한 빛으로 넘쳐나고 밤에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
Life is moving oh so fast I think we should take it slow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Rest our heads upon the grass and listen to it grow
우리 머리를 풀밭 위에 쉬게 하면서 풀이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
여러분 모두 ‘살아 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가꿈사 프론티어 13기 최세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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